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는 ‘친박’에 이어 ‘진박’까지 등장하며 계파 정치의 끝장을 보여줬다. 극한의 ‘친박’ 감별이 있었던 공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친박’ 세력이 포함된 보수정당의 손에 의해 결국 탄핵을 맞이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의 역풍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보수정당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했다. 당연히 2017년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어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2년 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전
또다시 혁신위원회가 실패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에서다.혁신위 실패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있었다. 올해 여름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이른바 ‘돈봉투 전당대회’ 사건에 휩싸이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을 흔드는 상황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까지 발생하자 당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버렸다. 궁지에 몰린 이재명 대표는 당의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혁신위 출범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혁신위를 이끌 혁신위원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렸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를 조사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늘 선두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1~2위를 다툰다. 당연히 진보진영 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더 큰 존경을 받는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민주당에서 갖는 위상이 실로 대단한데, 민주당 내 많은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자처한다. 너도나도 못다 이룬 노무현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다. 심지어 보수정당 소속의 윤석열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의 팬을 자처한 바 있다. 후보 시절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정신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박근혜라는 인물이 보수정당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있는 동안, 보수정당은 번번이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박근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국면에서 한나라당의 천막당사를 주도했다. 그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은 121석을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2006년 지방선거 기간 중에는 당대표로 선거를 이끌었다. 선거 중 박근혜 대표는 이른바 ‘커터칼 테러’를 당했는데, 수술 직후 “대전은요?” 발언
쌀쌀한 10월의 어느날 아침, 빨간색 점퍼와 파란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발산역 역사(驛舍)를 가득 채웠다.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적으로 “김태우”와 “진교훈”을 외쳤다. 사람 수를 따져보면, 얼핏 보아도 빨간 점퍼를 입은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빨간 옷의 사람들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보였다. 그 국회의원 옆엔 대구 어느 지역의 구의회 의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빨간옷을 입고 김태우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시민들은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손을
지난 9월 27일 새벽 3시. 시끄러운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단잠에서 깼다. 반쯤 감긴 눈으로 휴대폰을 보니 국민의힘을 열렬하게 지지하시는 어느 도봉구민의 이름이 떠있었다. 기왕에 깬 김에 전화를 받았다. 새벽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그 지지자분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고, 실망에 차 있었다. 분노의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까닭이었다. 전화를 끊고 밀린 카카오톡 등 메신저들을 확인해보니, 저마다 비슷한 분노를 표출하는 메시지들이 쇄도하고 있었다.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점쳐온 상황에서 결
한 정치인 선배로부터 ‘목욕당’의 존재를 전해들었다. 국회의원회관 지하에 있는 의원 전용 목욕탕에서 이루어지는 초당적 의원 모임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쾌한 기획이었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되, 목욕탕에서만큼은 싸우지 말고 물밑협상과 의기투합을 하자는 의도였다.탕 안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나누는 대화에는 아무래도 여유와 양보가 묻어났을 것이다. ‘냉온탕 온도유지 위원장’ ‘수면실장’ ‘사우나 환경조성 추진위원장’ 등 ‘목욕당’답게 재미있는 직책들도 함께 만들
일본이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방류가 시작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총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 핵 오염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주변국의 생존권을 위협했던 일본이 핵 오염수 방류로 대한민국과 태평양 연안국에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염수 방류를 전쟁에 빗댄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소셜미디어(SNS)에 “일본국의 한국 해양 침탈 반드시 막아내자.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를 방관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시작부터 실패가 예고되었다. 당을 혁신하라고 뽑아놓은 당대표가 멀쩡하게 있는데, 굳이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라는 옥상옥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재명 의원은 77.7%라고 하는 민주당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대표에 당선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지지세였기 때문에, 대표로 선출된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혁신이든 해낼 동력이 있었다.하지만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혁신은커녕 본인의 사법 리스크 대응하기에 급급했다.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고,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을 썼다. 노웅래 의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부임한 지 채 2년밖에 안 된 젊은 교사였다. 한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을 제대로 추모하기도 전에 여론부터 들썩였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해당 교사가 1학년 담임 및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사망 원인에 대하여 학교폭력 사건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유포되기 시작했다.학교는 다른 의견을 냈다. 서이초 교장은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고,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밝혔다. 또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하루라도 빨리 개통되어야 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08년에 민간에서 그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부터 따지면, 벌써 15년도 훌쩍 지난 양평군의 숙원사업이다. 실제로 서울~양평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양평까지 가는 시간이 15분대로 줄어든다고 한다. 현재 서울에서 양평까지 가는 시간은 통상 90분 이상이 소요된다.이처럼 획기적으로 통행시간이 단축되면 양평의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양평군민들은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최대한 빠르게 개통되길 바란다. 양평이 주말 나들이 1순위 코스로 꼽히는 만큼
교육에서만큼은 논란 자체가 논란이 된다. 논란이 발생한 이유나 맥락도 중요하지만, 논란이 생겼다는 그 자체도 중요하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논란은 곧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하고 가장 불안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이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고3 학생들은 교육 정책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정부 발표가 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능 논란은, 그 구체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논란 자체로 수험생에게 혼란이 됐다. 발단은 이
법과대학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법이 헌법이다. 헌법의 편제에 따라 그 ‘유명한’ 헌법 전문(前文)을 먼저 배우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더 유명한’ 헌법 제1조가 포함된 총강을 배운다. 그리고서 본격적으로 기본권을 다루게 된다.법대에서 배우는 법학 교과목의 순서는 대충 그 법이 법체계에서 가지는 위상에 비례한다. 가장 먼저 헌법을 배우고, 그중에도 기본권을 초반에 다룬다는 것은 법률가로서 또는 예비 법률가로서 헌법상 기본권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제법 나쁘지 않던 팬덤이 있던 시절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 얘기다. 노사모는 최초의 정치인 팬덤임과 동시에 민주당에서 가장 괜찮은 팬덤이기도 하다. 새천년민주당 내에서조차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때, 노사모는 이른바 ‘노풍’을 일으키며 노무현을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그 여세를 몰아 노무현 후보는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겨 마침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된다. 이처럼 민주당의 최약체 후보 중 하나였던 노무현이 이회창 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간호법 제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말해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행처리했던 간호법 제정안은 법안 주요 당사자들의 상이한 이해관계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미국은 까다로운 친구다. 강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와 둘도 없이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우리를 돕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매정하게 내칠 기색도 서슴없이 보인다. 중국이라는 친구도 어렵다. 여기도 세계 2위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와 사이가 좋진 않은데 우리와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데 위치하고 있어서 마냥 무시하고 갈 수도 없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인 미국과 오랜 시간 앙숙이었다. 대한민국은 이 두 친구 사이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그러나 상황이 좀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
며칠 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도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하는 중에도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던 그녀는 숨지기 전날까지도 직장에 출근했다고 한다.그 이전에도 인천 미추홀구에서 2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각각 20대와 30대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된 소액임차인 기준액을 넘은 두 피해자는 그들의 전세보증금이 기준을 상회한 까닭에
과거는 낯선 외국이다. 같은 국가나 사회라고 하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그 국가나 사회의 과거를 잘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불과 수십 년 전 과거로 거슬러 가기만 해도 지금과 풍속도 다르고 언어도 차이가 있으며 문화는 거의 딴판이다. 그 과거가 현재에서 멀면 멀수록 과거를 이해하는 일은 훨씬 아득해진다. MZ세대가 민주화 이전의 대학가 풍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386세대도 냉전과 분단 시대의 아픔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전해지는 말과 글로 제 나름의 이해를 할 뿐이고, 그 가운데서 역사적 불순물도 많이
“기저귀와 정치인은 자주 갈아야 한다.”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정치인을 기저귀와 나란히 놓아 경멸한 것을 보면, 1800년대 미국에서도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사회 전반에 어지간히 짙게 깔려 있던 모양이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위상은 200년 전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되레 정치혐오는 더 커졌고,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바닥을 향해 간다. 어느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집권을 하는지와 무관하게 국민의 혐오는 대상을 바꿔가며
1990년대 전 세계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영화판이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이름으로 개봉됐다. ‘슬램덩크’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있는 3040 남성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너도나도 영화 예약 행진에 고군분투했다. 요즘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단연 ‘슬램덩크’가 대화의 주요 소재다. 그런데 ‘슬램덩크’로 연일 축제 같은 분위기를 내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아니면 ‘슬램덩크’로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